문승현 주태국대사 교민들에게 작별 인사

작성자 : 관리자 날짜 : 2023/07/18 12:36

문승현 주태국대사 교민들에게 작별 인사

문승현 신임 통일부 차관은 갑작스러운 발령으로 인해 지난 6월 30일 본국으로 귀국했으며, 지난 7월 3일 취임식을 하고 통일부 차관으로서 활동을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문승현 주태국대사는 지난 1년 6개월간 태국에서 남다른 활약을 펼친 바 있다. 활발한 활동으로 역대 주태국 한국대사 중 가장 많이 태국 미디어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태국 최대 명절 송끄란 물 축제 축하 영상(조회 수백만 이상), 무에타이 연습 영상 등 화제의 중심에 있었으며 다양한 활동을 통해 불과 1년 6개월 동안 천여 명의 각계각층 인사들과 만남을 가진 대사였다.

갑작스러운 한국 귀국 결정으로 문승현 전임 대사는 지난 6월 29일 본지와 만나 교민들에게 작별 인사를 전했다.

Q. 갑작스럽게 한국으로 귀국하시게 되셨는데요, 지금 기분이 어떻습니까?

A. 결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니, 며칠 만에 고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라 얼떨떨합니다. 귀국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보니 우리 교민 여러분께 제대로 된 인사를 드려야 하고, 동포 단체장분들이나 기업 관계자 여러분들께도 한분 한분 직접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도저히 시간이 허락해 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 교민 잡지와 이야기를 하면서 교민분들께 인사를 드리는 것도 좋을 것 같아 특별히 인터뷰를 부탁드렸습니다. 갑작스러운 부탁에도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Q. 부임하신 지 오래되지는 않으셨는데 대사로서 활동을 굉장히 많이 하셨습니다. 지난 부임 기간에 대한 소회는 어떻습니까?

A. 태국에 부임한 지 1년 6개월이 되었습니다. 우선은 제가 처음 태국에 오게 된 시기가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가 끝나갈 시점에 태국에 도착했기 때문에 해야 할 일들이 참 많은 시기였습니다. 물론 초창기에는 방콕 시내의 교통량도 많지 않았고, 대면 행사나 활동들도 많지는 않은 상황이었지만, 엔데믹 시기를 맞아 새로운 일들을 기획하고, 개시할 수 있는 기회의 시점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태국에서 근무한 기간은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한 '씨를 뿌리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양국 관계가 더욱 발전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더 많이 만들어 내기 위한 토대를 닦기 위해 열심히 임했습니다. 처음 대사관에 왔을 때 직원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우리는 국민의 세금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니 지금보다 훨씬 더 열심히 움직여야 한다고, 많은 사람을 만나라고 당부를 했습니다. 이러한 당부가 코로나19 확산 기간 조금은 정체되어있던 대사관 분위기를 더욱 빠른 속도로 생기있는 분위기로 바꾸는 데 이바지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 이제 제가 떠날 시점은, 태국에서 정치적으로 중요한 변화가 생겨날 수 있는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 구성이 바뀔 수 있는 시점이기도 하고, 일부 새로운 정치 세력들이 변화를 갈망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태국 사회의 중요한 격변기에 이렇게 떠나게 되어 아쉬운 기분도 큽니다.

Q. 대사관 활동이나 문화원 활동에 취재를 많이 다녔기에 느꼈습니다만, 대사님께서는 부임하시고 상당히 많은 활동들을 하셨습니다.

A. 부임 이후 태국에서 가능한 많은 인사들을 만나려고 했습니다. 그간의 활동 내용들을 정리하다 보니, 제가 만났던 태국 내 인사가 대략 1천 명이 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이번 태국 총선 과정에서 피타 림짜른랏 행동전진당 대표를 포함해 각 정당의 대표들도 만났습니다. 태국의 총리, 부총리, 경제부 장관 등 각계 주요 인사들과의 만나고, 양국 관계를 보다 발전시킬 수 있는 관계망을 구축하기 위해 발로 열심히 뛰었습니다. 제가 한국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이렇게 구축한 네트워크를 토대로 후배들이 더욱 훌륭한 성과들을 거둘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한국과 태국의 관계를 앞으로 더욱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태국 사회의 변화를 더욱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요즈음은 태국 사회의 모습과 관점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좀 더 많아져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태국에 대한 경제적인 투자, 교역 확대 등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더욱더 많아질 필요가 있고, 정책적으로도 아세안 지역에 대한 새로운 정책들을 보다 구체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Q. 태국 전역 북부에서 남부까지 많은 곳을 다녀오신 거 같은데요, 그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곳이 있으신가요?

A. 여러 곳이 기억에 남지만 그중에서도 태국 남부 최남단 지역이 기억에 많이 남아있습니다. 그 지역은 태국에서도 종교적인 갈등이 남아있는 지역이고, 어떤 분들은 위험한 지역이라고 말씀하시는데요. 직접 접해보니 일부 위험한 지역인 것은 맞지만, 태국의 다양한 모습을 더욱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실 태국에서는 조금은 감추고 싶은 아픈 상처가 있는 곳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태국의 이런 지역들에도 보다 더욱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지역들과 비슷한 아픔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죠.

블랙핑크 리사의 고향인 부리람도 아주 인상 깊은 곳이었습니다. 특히, 태국의 지역 정치인들이 가지고 있는, 각 지역을 발전시키는 방법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아이디어 등 그들의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었고, 좀 더 가까운 곳에서 지역 정치의 현장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치앙라이도 인상 깊었습니다. 그곳에서 우리 한글을 전파하는 한글학교의 이야기, 골든트라이앵글과 관련된 이야기 등 다양한 곳에서 생생한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태국의 여러 지역을 살펴본 기억들이 대부분 공무상 출장이었다는 것은 조금은 아쉬운 점인데요, 1년 6개월여간의 부임 기간 막상 개인적인 여행을 한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 상당히 아쉽습니다. 다음에 은퇴하고 나면, 태국에서 못 해봤던 개인 여행을 좀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개인적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는 중입니다. (^^*)

Q. 태국을 떠나시면서, 우리 태국 교민사회에 특별히 당부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실까요?

A. 태국 내 우리 교민사회는 아주 건강한 것 같습니다. 흔한 반목이나 분열과 같은 문제 없이 화합하며 훌륭한 역할들을 잘 해내고 계신다고 느꼈습니다. 지난 이태원 사고 때도 태국 학생의 장례식에 우리 교민 여러분들께서 많은 도움을 주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화합과 단합력이 우리 태국 교민사회가 가진 큰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개인적 소망입니다만, 앞으로도 우리 교민사회가 역할과 그 규모 면에서 계속해서 더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우리 교민분들께서 태국 사회 내 어려운 외국인 이웃들을 돕는 일들을 포함하여 태국 사회 각계각층에서 가치 있는 일들에 많이 기여해주심으로써,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위상과 저력을 더더욱 많이 보여주셨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우리 교민사회의 영향력, 규모가 더 커지려면, 양국 관계의 발전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의 태국 대상 투자와 교역 등이 확대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태국과의 관계 증진을 위해 저도 그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만, 곧 출범할 태국의 새 정부와 관계 증진을 위해 우리 정부도 앞으로도 큰 노력을 기울여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특히, 우리 정부가 태국과의 관계 발전에 있어 많은 외교적이고, 상징적인 결실을 더욱 많이 만들어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면, 재임 기간 태국의 툭툭이를 한국에 가져가 전시하는 일, 카오야이 국립공원에 한태 우정의 둘레길을 만드는 일들처럼, 양국 관계 증진의 상징이 될만한 결실을 계속해서 추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결실을 양국이 함께 많이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외교는 국가 간의 관계이지만, 결국 사람 한명 한명이 모여서 하는 일들입니다.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저를 비롯한 직원들은 1~3년여간의 장기 출장이 끝나면 다른 삶의 터전으로 가게 되지만, 우리 교민 한분 한분께서는 태국을 삶의 터전으로 하여 거주해왔고, 앞으로도 태국에서 살아가실 것이기에, 그만큼 양국 관계 발전에 있어 정말 중요한 역할을 맡고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양국 관계 발전에 있어서, 교민 한분 한분께서 양국 관계의 발전을 이끌어 가는 외교관이자, 우리나라의 얼굴이라고 생각합니다. 교민 분들께서 태국에서 하시는 일들이 성공하시는 만큼, 우리 대한민국도 잘 되는 것이고, 양국 관계도 발전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오늘날까지 우리 교민 한분 한분이 어려운 이웃을 돕고, 가치 있는 일들에 애써오셨기에, 태국 사회에서 우리의 위상이 그만큼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 확산 등 어려움이 많은 상황에서도, 훌륭한 교민사회를 지탱해온 교민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떠나면서, 한가지 만 당부를 드리자면, 우리 2세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태국에서 수학하고,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활동하는 청년들도 있지만, 이곳에 정착하는 2세들이 점점 더 많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직으로 활약하고 있는 우리 2세들의 강점이 대단히 큽니다. 한국과 태국의 문화와 정체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언어적으로도 글로벌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서 굉장히 훌륭한 인재들이기도 합니다. 우리 2세들이 태국 내 다양한 배경과 국적의 청년들과 훌륭한 관계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그러면서도 동시에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기울여주십사 당부를 드리고 싶습니다. 차세대를 이끌 우리 청년과 아이들에 대해 우리 교민분들께서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한국에서의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A. 사실,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게 되면서, 최근 며칠간 밤에 잠을 편히 자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7년 만에 한국에 복귀하는 것이기도 하고, 외교부 출신으로서 통일부 발령은 처음 있는 일이라 어려움도 있을 거라 예상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새로운 일을 하게 된 것은 저에게 있어 굉장히 영광스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저를 발탁해주신 임명권자의 기대와 뜻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제가 새로운 조직에서 이끌고, 만들어 나가야 할 변화가 있다면, 어떻게 그 변화를 만들어 나갈지 고민하고 또 고민할 것입니다.

태국에서 1년 6개월 동안, 1천여 명의 사람들을 만났듯이 한국에 가서도 저는 수많은 사람과 만날 것이고, 좋은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입니다. 1년 안에 천명의 우군을 만들어서 또 한 번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한 씨를 열심히 뿌리도록 하겠습니다. 그 수확을 거둬들일 수 있는 시점이 언제일지, 그 수확을 거둬들이는 사람이 제가 될지 아니면, 제 후배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최선을 다해 거름을 주고, 씨를 뿌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태국에 계신 우리 교민 여러분들께서 항상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마다 건승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문승현 전임대사는 교민잡지와의 인터뷰 말미에 “교민잡지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언론은 소통이며 소통을 통해 차이점을 극복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만남의 장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라 말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잡지는 이코노미스트입니다. 워싱턴에서 태국으로 온 이후 못 읽은 2년치 이코노미스트를 읽고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후임에게 남기고 가는 것 중에 하나는 바로 교민잡지입니다. 제가 처음 교민잡지를 접한 것은 이욱헌 대사가 표지에 실린 것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지난주까지의 거의 모든 교민잡지를 모아서 관저 서재에 보관해 두고 있습니다. 제 후임 대사가 오시면 그 동안의 교민 생활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도록 말입니다.”

우리 교민사회의 중요한 구심점으로서 소통의 장으로 그리고 공론을 만들어 나가는 또 하나의 여론의 구심점으로 중요한 역할을 계속 잘 해주기를 바란다는 당부의 말과 함께 문승현 대사는 인터뷰를 끝맺었다.

1988년 외무고시 22기로 입부한 문대사는 주미 2등 서기관, 주유엔 1등 서기관, 주이라크 참사관 등을 거쳐 외교부 의전총괄담당관, 북미1과장, 주미 공사참사관 등으로 일했으며 북미국 심의관과 국장을 지낸 뒤 지난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외교비서관으로 근무했다. 이후 주 체코 대사와 주미 정무 공사 등을 역임하고 현재까지는 주태국 대사로 재임중이었다가 이번에 통일부 차관으로 임명됐다.